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앙: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키키 키린, 나가세 마가토시, 우치다 카라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가게 주인 ‘센타로’에게 ‘도쿠에’라는 할머니가 찾아온다. ‘마음을 담아’ 만든다는 할머니의 단팥 덕에 ‘도라야키’는 날로 인기를 얻고 가게 주인 ‘센타로’의 얼굴도 밝아진다. 하지만 단골 소녀의 실수로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당신에게는, 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아 있습니까” (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1. 볼까말까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궁금하다면 일단 보자. 나는 단순히 최근 오랫동안 단팥이 들어간 빵을 못먹던 차에 “앙” 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보게 되었다. 물론 명배우 키키 키린의 출연도 한 몫 했겠지만. 재밌는 영화라고도 하고 싶지만 영화를 볼 때, 고를 때 “재미”의 기준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재밌는 영화라고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보면서 잔잔하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스토리, 대사가 주는 메세지를 읽기에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2. 감상
이 영화의 제목처럼 단팥이 중심이다. 밀가루 빵 사이에 단팥을 샌드해서 만든 빵 도라야키. 키키 키린이 맡은 도쿠에 할머니는 팥을 사서 도라야키를 만드는 사장에게 말한다. 단팥이 도라야키의 중심이라고. 도쿠에 할머니가 팥을 만들어 보여주는 과정은 기다림과 인내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팥을 마치 생명을 보고 다루듯 한다. 그 과정은 마치 장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개인 취향저격). 그런 과정에서 ‘진심을 다하면 진심을 알아본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생마다 사정이 있지. 열심히 살아보자고“

팥을 만드는 과정이 인생의 여정과 같기도 하고 그 팥이 꼭 사람 같기도 하고. 단지 팥이지만 그 단팥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느껴지기도 한다.

도쿠에 할머니의 편지 중에서-

…도라하루는 요즘 어때? 혹시 기운이 빠져 있는건 아닌가?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것은 팥이 보아왔을 비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 어떠한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들을 듣는 일이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어를 가졌다고 믿어. 햇빛이나 바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지. 그래서일까? 지난밤엔 울타리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속삭이는듯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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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어. 지혜를 발휘해야할 때도 있지. 이런 인생 이야기도 들려줄걸 그랬어. 언젠가는 사장님이 사장님만의 특별한 도라야키를 만들어 낼 거라 믿어. 스스로 개척한 길을 걸어가야해. 사장님은 해낼 수 있어.

(할머니의 편지 내용이 너무 좋아서 받아적었다는…)

할머니도 사정이 있었지만 그 사정의 어둠 속에 자 신 을 가 두고 살지는 않았다. 햇볕이 드는 곳에 살고싶어 했던 할머니는 꿈을 이룬 것 같기도 했다.

잊지마.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도쿠에 할머니)

3. 덧붙여
이 영화는 벚꽃이 피고 지는 계절에서 또 벚꽃이 피는 시절까지 보여준다. 여름의 더위가 오고 가을의 햇살이 오고. 영화의 영상에 온전히 담겨 아름답다. 햇볕이 드는 곳에 살고싶다는 도쿠에 할머니의 소망처럼, 영화에는 빛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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